오리알태는 어떤 콩일까? 사라졌다 다시 돌아온 토종콩 이야기
선비잡이콩과 등틔기콩에 이어 이번에는 이름만 들어도 생김새가 떠오르는 토종콩을 만나보겠습니다.
바로 오리알태입니다.
'오리알처럼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먼저 생기는 콩입니다.
그런데 오리알태를 찾아보면 단순히 이름이 재미있는 토종콩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습니다.
한때 농가에서 재배됐던 토종콩을 다시 찾아내고 증식한 실제 연구 사례와도 연결됩니다.
작은 콩 한 알이 어떻게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오리알태는 어떤 토종콩일까?
오리알태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콩나물용으로 재배됐던 토종콩 가운데 하나입니다.
농촌진흥청은 2012년 토종 나물콩인 오리알태와 수박태를 복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연구진은 농업유전자원센터가 보유하고 있던 국내 토종콩 유전자원 136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콩나물용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자원을 선발하고 여러 해에 걸쳐 특성을 조사하면서 오리알태와 수박태를 증식했습니다.
즉 이름만 전해지는 옛 콩이 아니라 실제 유전자원으로 보존되고 연구된 토종콩인 것입니다.
왜 다시 복원했을까?
예전 농촌에서는 농가가 씨앗을 받아 다음 해 농사에 사용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하지만 농업 환경이 달라지고 생산성이 높은 품종이 널리 재배되면서 과거에 이용하던 일부 토종 종자는 점차 농촌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씨앗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토종콩은 서로 다른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농업유전자원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역시 토종 나물콩을 복원하면서 단순히 옛 품종을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품종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육종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살펴봤습니다.
오리알태는 완벽한 콩일까?
토종 식재료를 이야기하다 보면 '토종이니까 현재 품종보다 무조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는 조금 다릅니다.
농촌진흥청이 복원한 오리알태와 수박태는 콩나물로 재배했을 때 일정한 가능성을 보였지만 농사 측면에서는 단점도 확인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재배되던 나물콩과 비교해 수량이 낮았고 쓰러짐이나 꼬투리가 터지는 특성 등에 약한 점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토종 작물을 이해할 때 매우 중요합니다.
토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특성이 우수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개량 품종 역시 오랜 연구를 통해 농사짓기 좋은 특성이나 품질 등을 개선해 만들어집니다.
토종과 개량 품종은 어느 한쪽이 무조건 우수하다기보다 각각 다른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도 토종콩을 보존하는 이유
그렇다면 재배하기 불편한 특성이 있는데도 왜 토종콩을 보존할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유전적 다양성입니다.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은 특징이라도 미래에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기후와 재배 환경이 달라지고 새로운 병해충 문제가 나타나면 과거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유전적 특성이 필요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는 콩뿐 아니라 벼, 잡곡, 채소 등 다양한 식물자원을 수집하고 보존합니다.
오리알태 역시 이러한 유전자원의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씨앗을 지켜야 이야기도 남는다
오리알태 이야기를 살펴보면 토종 식재료를 보존한다는 것이 단순히 옛날 맛을 다시 찾는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씨앗이 사라지면 그 작물이 가지고 있던 유전적 특징도 함께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씨앗을 보존하고 기록하면 훗날 연구하고 다시 재배할 기회를 남길 수 있습니다.
선비잡이콩, 등틔기콩, 오리알태처럼 생소한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밥상에서 흔하게 볼 수 없게 된 씨앗이라도 그 속에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우리 농업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오리알태와 함께 복원된 또 하나의 토종 나물콩 '수박태'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름에 왜 '수박'이 들어갔는지부터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