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태는 어떤 콩일까? 이름부터 독특한 토종 나물콩
지난 글에서는 한때 농가에서 재배되던 토종 나물콩 오리알태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이번에 만나볼 콩은 오리알태와 함께 복원된 수박태입니다.
처음 이름을 들으면 정말 수박과 관계가 있는 콩인지 궁금해집니다. 토종 식재료를 찾아보면 이렇게 생김새나 특징을 떠올리게 하는 재미있는 이름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박태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름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때 농촌에서 재배되던 토종콩을 찾아 다시 증식하고 연구한 사례라는 점에서 우리 토종 종자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 좋은 식재료입니다.
수박태는 어떤 토종콩일까?
수박태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콩나물용으로 이용했던 토종콩 가운데 하나입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유전자원센터가 보유하고 있던 국내 토종콩 유전자원 가운데 나물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자원을 조사했습니다.
당시 조사 대상은 136점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여러 자원을 선발해 재배 특성과 콩나물 특성을 살펴보고 최종적으로 오리알태와 수박태를 증식했습니다.
지금은 흔하게 접하기 어려운 이름이지만 국가기관에 유전자원으로 보존돼 있었기 때문에 다시 연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수박태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수박태라는 이름을 보면 자연스럽게 수박을 떠올리게 됩니다.
토종콩에는 씨앗의 색깔이나 무늬, 크기, 생김새 등을 연상시키는 이름이 전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이름만 보고 정확한 유래를 단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토종 종자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재배되면서 이름 역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박을 닮아서 반드시 수박태라고 불렸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수박태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온 토종콩이 실제 유전자원으로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편이 좋습니다.
콩나물콩은 아무 콩이나 사용하는 걸까?
콩나물은 우리 밥상에서 아주 익숙한 식재료입니다.
하지만 콩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콩나물 특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콩나물용 콩은 발아와 생육 특성, 콩나물의 모양과 품질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농촌진흥청이 토종콩을 조사할 때도 단순히 씨앗만 보고 선발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콩나물을 길러 특성을 비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리알태와 수박태가 토종 나물콩 자원으로 선발됐습니다.
우리가 쉽게 먹는 콩나물 한 접시 뒤에도 씨앗을 선택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토종이라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박태를 비롯한 토종콩 이야기를 할 때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토종이라고 해서 모든 재배 특성이 현재의 품종보다 우수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농촌진흥청의 연구에서도 복원된 토종 나물콩은 당시 일반적으로 재배되던 나물콩과 비교해 수량이 낮았습니다.
쓰러짐이나 꼬투리가 터지는 문제 등 재배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한 특성도 확인됐습니다.
이런 단점 때문에 토종 종자를 보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유전자원을 확보해두면 앞으로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연구재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사라진 씨앗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
수박태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씨앗을 보존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농촌에서 더 이상 흔하게 재배하지 않는 작물이라도 씨앗이 유전자원으로 남아 있다면 다시 증식하고 특성을 연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씨앗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다시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는 콩뿐 아니라 벼와 잡곡, 채소 등 다양한 작물의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보존합니다.
오늘날 당장 많이 재배되지 않는 씨앗이라도 미래에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박태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
오리알태와 수박태를 차례로 살펴보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토종 식재료의 가치는 단순히 '옛날에 먹었던 음식'이라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 씨앗을 남겼고, 그 씨앗을 다시 수집하고 보존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그 작물의 존재와 특징을 연구할 수 있습니다.
선비잡이콩, 등틔기콩, 오리알태, 수박태까지 살펴보니 우리나라 토종콩의 세계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콩에서 조금씩 범위를 넓혀보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 밥상에서 콩만큼 친숙하지만 또 다른 역사를 가진 '토종 팥'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